-, 남편 일을 맞아 굽게 된, 순 식물성 소보루 자두 케이크만들기

 

앞글에서 언급한대로, 직장을 가진 독일인들 사이에선 생일을 맞은 사람이 케이크를 준비해 와(손수굽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제과점에서 사오기도 한다.) 동료와 함께 나눠 먹는 문화가 있다. 처음 이를 접했을때, '아니 생일 맞은 사람을 축하한다고선물을 해 주진 못할 망정, 이런 부담 아닌 부담을 주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우리는 생일이라고 특별히 어마어마한 선물이나, 요란한음식, 또는 떠들썩한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일 맞은 이에게 잠에서 깨자마자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밥상에 좋아하는 반찬을 한두가지 더 올리는 정도다. 여기에 시간이 허락하면 함께 긴 산책을 즐긴다거나, 짧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한 생명이 태어난 것은 물론 축하해 마땅한 일이기는 하지만, 야단스러운 축하는 어릴 때 받아본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또 대단한 축하를 받을 만큼,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뭔가 큰 일(?)을 한 것도 없으니, 생일이란게 아주 특별할필요는 없다. 그렇긴해도, 우리 서로에게는 중요한 날이니, 우리는 조용하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늘 고요하고 평온하던 생일에 다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남편 생일 때마다 나는 케익을굽게 되었다.

뭐 케이크 굽는 것이야, 적어놓은 요리법대로 하다보면 아무 문제 없이 구워지는 것임을 알고는있지만, 내 성격이 소심한 것인지 '케이크를 망치면 어쩌나', 사람들이 먹어보고 '역시나 비건 케이크는 맛이 이상해.' 이런 말들을 하는 건 아닐까.쓸데 없는 걱정이 떨쳐지지 않곤 한다.

 

만들때 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내 마음의 고요를 깨뜨리기는 하지만, 적힌대로 따라하다보면, 어느새뚝닥 만들어지는 비건 케이크, 함께 만들어 보자.



달걀도, 유제품도들지 않은 식물성 비건 케이크- 소보루를 얹은 자두 케이크 굽기


1. 이스트 준비하기


이스트 준비하기

▲ 이스트 준비하기- 설탕을 넣은 미지근한 물에 이스트를 녹이고 컵 가득히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 김미수

>>재료

-생이스트 절반(12.5g 정도)

-1/3 컵미지근한 물(200/3mL: 이스트를 파괴할 수도 있으니, 뜨거운 물은 안 된다.)

-2 찻숟가락분량의 설탕

 

>>방법

미지근한 물에설탕을 넣고 녹인 다음, 여기에 생이스트를 넣어 쨈 바르는 칼이나 찻숟가락으로 이스트를 저어서 녹인다. (인내심이 출중하다면, 이스트가 녹아 형태가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짝 저어 주기만 하면 된다.)

이스트가 컵가득히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2. 반죽 준비


반죽하기

▲반죽하기- 일단, 미지근한 물에 마가린을 넣고 밀가루 한 주먹을 넣고 섞은 뒤에 밀가루를 좀 더 넣고 섞기를 반복하며 반죽 기계로 잘 섞어주거나, 손으로 여러 번 치대어 섞어 준다. ⓒ 김미수


>>
재료

-400g-500g의 밀가루(조금 도톰한 빵을 원한다면500g을 사용.)

-미지근한 물한 컵 조금 못 되는 분량(500g의 밀가루에는 물 한 컵 가득: 200mL)

-150g 정도의식물성 Fat 혹은 마가린(나는 지방을 변형시키지 않은 유기농 마가린을 썼지만, 한국 일반 슈퍼에서 파는 일반 마가린은 전이 지방 등의 문제로그다지 권장하지 않는다. 구할 수 있다면, 팜 지방: Palm fat이나 코코넛 지방: Coconut fat 같은 자연지방을 사용하는 게 좋다.)

-2 큰 숟가락설탕

-1봉지 바닐라설탕(예전에 사뒀던 유기농 정제하지 않은 천연 바닐라 설탕을 썼다. 15-20g 정도의 소량이라, 이것까지 굳이 백설탕을 써야 할 필요는 못 느꼈다.바닐라 향은 케익의 아주 은근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데 도움을 주지만, 구하기 어렵다면 굳이 넣지 않아도 맛이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독일에서도 마트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바닐라 설탕은 천연 바닐라 대신 화학적인 향을 설탕에 첨가한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하면, 한국 제빵 재료상이라고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바닐라 설탕을 살 때, 천연 바닐라인지, 화학 성분을 첨가해 만든 것인지에 유의할 것.)

-레몬 반 개분량의 즙, 혹은 1숟가락 레몬주스

-소금 한소끔(두 손가락으로 살짝 집은 정도나, 칼끝으로 조금 뜬 정도)

 

>>방법

먼저 반죽을할 큰 그릇에 미지근한 물 넣고, 여기에 마가린을 넣고 녹인 후, 약간의 밀가루를 넣고 저어 준다.

1에서 준비한부풀어 오른 이스트, 설탕, 레몬을 넣고, 남은 밀가루를 조금씩 넣고 섞는다. 한 번에 다 부어 섞으면 잘 섞이지 않고, 힘만 들 수 있으니,좀 넣고 섞었다가, 또 좀 더 넣고 섞기를 반복한다.

이 반죽은 일반케이크와 달리, 빵 반죽 정도의 점도를 가져야 한다. 너무 무르지 않게 되도록 주의할 것.

 

다 된 반죽은용기 위에 천을 덮어 따뜻한 곳에 놓아둔다. 반죽이 빨리 부풀게(발효되게) 하기 위해서 간단한 방법으로, 천을 덮은 반죽용기를 오븐에 넣고 스테인리스 스틸이나사기로 된 국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을 부어 오븐 바닥(반죽 용기 아래)에 두고 오븐을 닫는다. 15 분쯤 후에 물을 뜨거운 물로한 번 더 바꿔주면, 난방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추운 겨울에도 금방 발효가 된다.


3. 소보루 준비

 

소보루 준비

▲ 소보루 준비- 재료를 넣고 살살 멍울 지게 섞어 놓는다. ⓒ 김미수



>>재료

-3/4컵 설탕

-160-170g 마가린, 상온에 둬서 약간 말랑한 상태로 준비.딱딱하면 섞기 어렵다.

-1컵 밀가루

 

>>방법

위의 재료를모두 한데 넣고 손으로 살살 멍울 지게 섞는다. 한꺼번에 다 넣고 섞기보다, 마가린과 설탕 넣은 데에 밀가루를 3번 정도 나눠 넣어가며 섞으면좀 더 수월하다.

다 섞고 난소보루 멍울이 상당히 촉촉하고 보드라운 편인데, 괜한 걱정에 밀가루를 더 넣을 필요는 없다. 백밀가루만 사용한다면, 위의 분량에 반 컵의 밀가루를더 넣어도 별문제가 없으니, 다소 딱딱한 소보루를 좋아한다면 밀가루를 반 컵까지 첨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통밀을쓰는 경우에는 밀가루 양을 늘리면 상당히 건조해지니, 주의해야 한다.

 

4. 오븐 용기에 담기

 

오븐 용기에 담기

▲오븐 용기에 담기- 베이킹 종이를 깐 용기에 반죽을 깔고, 자두, 소보루 순으로 얹는다. ⓒ 김미수



>>재료

- 1번부터 3번까지 준비한모든 재료

-과일: 나는시댁 텃밭에서 수확해 시부모님이 설탕물을 넣고 병조림을 해 둔, 700mL 짜리 자두 병조림 2병을 사용했다. 쓰기 전에 체에 걸러 물기를 약간뺀 상태로(그렇다고 아주 건조하지도 않은 상태) 사용.

병조림한 과일외에도 자두나 사과 같은 생과일(씨를 뺀 앵두류, 껍질을 깐 귤 등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을 쓸 수도 있는데, 이때는 과일을 반죽 위에 다올리고 나서 설탕을 손가락으로 집어 골고루 뿌려준다. (과일 다음에 얹을 소보루가 달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뿌릴 필요는 없다.)

특히 사과를쓴 경우, 계핏가루를 조금 뿌려주면 잘 어울린다. 생각보다 과일이 많이 드니 넉넉히 준비할 것.

 

>>방법

따뜻하게 둔반죽이 2배 이상 부풀면,

오븐용 큰 사각접시에 베이킹 종이를 깔고, 반죽을 중앙에 부어 손이나 밀대로 반죽 굵기가 일정하도록 얇게 펴 준다.

과일을 빈틈없이빽빽이 얹고 소보루를 마지막으로 올린다.

 

5. 굽기

 

완성된 케이크

▲ 완성된 케이크- 낮은 온도에서 한 번 더 발효시켰다가, 고온에서 30분간 구웠다. ⓒ 김미수



>>방법

섭씨 50도의 오븐에서 5-10분 정도 구워 반죽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린 후(2차 발효), 200도에서 30-40분 정도 굽는다.

나무젓가락을케이크 중앙에 찔러 봐, 빵이 끈끈하니 묻어 나오면 아직 덜 구워진 것이니, 좀 더 구워야 한다.

 

  참고사항


백밀을 쓰기가꺼려지는 경우, 통밀가루에 백밀가루를 1/3이나 1/4 정도 섞어 반죽을 준비한다. (통밀이 백밀보다 잘 부풀지가 않아서 둘을 약간 섞어주면 좀 낫다.) 사실 이스트나 반죽에는 설탕 대신 동량의 조청을 넣어도 좋다. (보통나는 빵이나 피자를 만들 때 이스트를 부풀리는데 설탕을 쓰지 않고, 우리나라의 조청같 은 설탕무로 만든 시럽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보루는설탕 없이는 잘 만들어 지지가 않는다. 반면, 소보루 만드는데는 100% 통밀가루를 넣어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또, 취향에 따라 소보루에땅콩 같은 견과 가루를 조금 넣어도 좋다.


 

생태적일 수도,뭐 하나 몸에 좋지도 않을 케이크이지만은....

 

케이크 외에도 유기농 가게에서 산 바게트(통밀, 백밀 2종류)에 마가린과 비건 패이스트를 바르고 작은 빨간 무와 오이를 얇게 썰어 바질로 장식해 올려 준비했다(남편과 함께).


동료 중 하나는바게트 위에 바른 패이스트 하나가 자신이 집에서 즐겨 해먹는 것과 맛이 비슷하다며, 혹시 버터와 토마토소스를 동량으로 섞어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을했다는데, 그 패이스트는 사실 해바라기 씨앗 간 것에 토마토와 이탈리안 허브를 섞어 만든 것이었다. (직접 만들진 않고 구입한 유기농 비건 패이스트였음.)

 

한 입 바게트 요리

▲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배려- 바게트에 마가린과 비건 패이스트를 얇게 바르고 생야채와 바질을 얹었다. ⓒ 김미수

 

준비해 간 음식이다행히도 케이크 작은 한 조각 외에는 남은 게 없을 정도로 둘 다 반응이 꽤 좋았다고 한다. 처음에 케이크를 먹던 동료들이 달걀도, 유제품도 안들어간 케이크라고 하니, 아주 놀랐단다. 맛이 보통 케이크 다를 게 없다면서.

 

사실 굳이 티타임이나카페파우제 같이 식사시간처럼 정해진 다과 시간이 없어, 굳이 케이크를 먹게 되는 문화가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출출할 때 간식으로 케이크 대신에 과일이나 오이 같은 생야채를 아삭아삭 씹어 먹거나, 고구마나 옥수수 등을 쪄 먹는 게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고, 건강에도 훨씬 좋은 방법이다.

 

물론 채식을한다거나 생태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모든 욕구를 억제하고 수도승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록 소량을 사용한다고는 해도케이크를 굽는데 식물성 지방이나, 바닐라, 레몬 같은 여러 이국적인 재료들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또 오븐 한 번 사용하는데, 전기나 가스등의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한 번이라도 눈여겨본 적이 있다면, (케이크 하나 굽자고 몇십분 동안 오븐 전체에 불을 달구는 것만큼 부엌에서 낭비를 조성하는 방법도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온대 기후에위치한 일반 도시 문명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생태적인 케이크란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유제품알레르기가 있는데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은 이들이라거나, 이제 막 비건 식생활을 시작해 케이크의 맛이 못 견디게 그리운 이들, 혹은 비건 케이크는맛이 어떨까 궁금한 이들이 한 번쯤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생크림을 얹고 하는 다른 케이크에 비해 비교적 만드는 법도 간단한 편이고, 과일함량이 상당한 편이기에 설탕 밀가루에 크림과 치즈로만 범벅인 케이크보다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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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먹기를 그만 뒀던 내가 케이크를 직접 굽다니..

하나, 혀를 즐겁게 하는 것 외엔 우리 몸에 이로울 것이 없는 케이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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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혀를 즐겁게 하는 것 외엔 우리 몸에 이로울 것이 없는 케이크 이야기

달콤한 유혹, 독일의 카페파우제(Kaffepause)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오후 3시 반에서 4시 반 , 독 일 사람들은 커피나 차 한잔(대부분 커피) 케이크를 곁들인 카페파우제(Kaffepause: 커피 휴식시간, 영 국의 티타임과 비슷하다.)를 갖는다. 개중에는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독일인이 세끼 밥을 먹듯이 이 시간을 즐긴다. 주로 시댁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에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와 남편은 평상시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카페파우제를 갖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자 독일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을 카페파우제에 대해 내가 가타부타 한 소리 곁들일 깜냥은 못 되지만, 독일인이 매일같이 즐기는 이 시간이 적어도 건강에는 전연 이로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카페파우제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장기적으로는 개개인들에게 득보다 실을 안겨주는 문화가 아닐까.



순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비건 케이크

▲ 순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비건 케이크- '동물성 재료 없이도 얼마든지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라는 사명감(?)으로 만들었다. ⓒ 김미수



혀를 즐겁게 하는 것 외에는 어디 하나 우리 몸에 이로울 게 없는 케이크


케이크란 음식은 주로 설탕과 밀가루(대부분이 백밀가루)에 지방을 범벅해 구워낸 것이다. 여기에 과일이며, 견과류 따위를 첨가해 만들지만, 이는 아주 적은 양에 불과하고, 대체로 이 세 가지가 주재료이다. 순전히 당(설탕과 밀가루)과 지방의 조합으로 열량이 많아, 이를 먹었을 때, 몸에 살을 붙이는 기능(?)을 하지만, 정작 우리몸 여러 곳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비타민, 무기질 같은 영양소는 별로 없다.

 

게다가 대부분 백밀에 백설탕을 써서 케이크를 많이 만들기 때문에, 치아에도 결코 좋을 리가 없다. 특히 백설탕 같은 단당은 먹는 즉시 몸에 흡수되어 짧은 시간 안에 혈당을 높이기도 하고, 몸 안의 무기질과 결합해 우리 몸에 필요한 무기질들을 몸 밖으로 버리게 는 등 해로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문화에 젖어들어서인지, 달콤함에 대한 본능적인 향수 때문인지,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는 아니어도, 기회가 있다면 굳이 케이크를 마다하지는 않았다. 독일에 오기 전에도 고구마와 곶감을 넣어 비건(Vegan: 일반 채식인들이 먹기도 하는 달걀, 유제품 등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제품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인. 어떤 비건 중에는 꿀을 먹는 이들도 있다.)용 빵과자 같은 것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했고(밀가루가 적게 들어가고 설탕은 아예 없으니, 그나마 좀 나은), 독일에 와서는 명절 때 시어머님께서 항상 우리를 위해 비건용 케이크를 구워 주시기도 하셔서 가끔 먹곤 했었다.

 

그런데 이 케이크라는 게 먹을 땐 달콤하니 맛있어서 자꾸 손이 가지만, 먹고 나면 늘 속이 더부룩하고는 했다. 또 한국에서  25년을 살면서 어릴 때 치아교정을 하는 동안 부주의로 생긴 앞니의 작은 부분을 제외하곤 충치라곤 모르고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이에 충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 충격을 받은 나는 이제 다시는 케익 따위는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던 기억이 난다.

 

때마침 남편도 '혀를 즐겁게 하는 것 외에는 어디 하나 우리 몸에 이로울 게 없는 케이크를 더 이상 먹지 않겠다.'라며 내 의견에 동조해 줬다. 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좀 풀어놓자면, 그동안 시어머님이 구우시던 커다란 오븐 한판의 양 중 남편은 정말 많이 먹어야  3-4 조각으로, 전체 케이크 중 절반은커녕 1/4도 먹지 않았다. 자동으로 그 큰 '케이크 한 판은' 늘 내 차지였다. 먹고 나서 유쾌하지 않은 기분에 '이젠 안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도, 다른 날 시간 맞춰 시어머님이 케이크를 내주시면, 그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때로는 남편이 먹지 않고 그대로 둔 접시까지 먹어치우곤 했다.

 

어쨌든 우리의 강한 의지 표명 덕에, 시어머니께선 더는 비건용 케이크를 굽지 않으신다. 나도 집에서 이제는 케이크를 만들지 않고. 다행히 외부 모임 같은 걸 가더래도, 보통은 비건을 위한 케이크를 따로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나 나나 갈등 없이 차만 마시곤 한다. 이렇게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의식적으로 케이크를 먹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조금 덜 뻔뻔하든, 더 뻔뻔하든 간에 어쩔 수 없이 뻔뻔한 악마의(?) 음식, 케이크


<소박한 밥상>은 내가 늘 부엌 한 켠에 두고서 길잡이로 삼아 왔던 책이다. 나는 내 안에 뭔가 화려하고 (혀에)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은 욕망이 솟구칠 때마다 이 책을 보았다. 헬렌 니어링은 에서 그녀가 반 페이지 짜리 요리법을 보고 구운 케이크의 맛이 너무 쾌락적이어서 '헬렌의 뻔뻔한 악마 케이크'라고 부르고, 이웃들에게 선물로 줘 버렸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한 번은 백밀가루와 설탕을 완전히 배제한 달콤한(?) 케이크-이어지는 글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케이크와 동일한-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는 이 실패한 케이크를 헬렌 니어링을 따라 '조금은 덜 뻔뻔한 악마 케이크'(설탕과 백밀가루라는 해로운 재료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불렀다. 실패한 요인이 내가 케이크를 구워본 경험이 미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떤 종류의 케이크는 설탕없이 굽는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일 같다. 어쨌든 그런 실패를 경험하고, 또 다시 <소박한 밥상>을 펼쳐 들고서는 '이제 다시는 케이크를 굽지 않겠다.'라고 다짐을 했다.

( 관련글  보기 - 조금 덜 뻔뻔한 악마케익이 준 교훈 )


 

케이크를 더 이상 먹지도, 굽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손수 케이크를 굽다니......

-남편의 생일, 동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케이크를 굽다.

 

그런데 독일에서 살다 보니 피치 못하게 직접 케이크를 구워야 하는 상황이 번번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곳 직장인들은 생일을 맞은 사람이 케이크를 구워와(혹은 사와) 동료와 함께 나눠 먹는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 본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번 케이크를 꼭 구워야 했다. 물론 어디에 규칙으로 지정된 의무사항은 아니고, 또 남편이 평소에 다른 이들이 가져온 케이크를 먹지 않기는 하지만(특별히 거부했다기보다는 대부분 케이크에는 달걀과 유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뻔히 생일이라는 걸 대충 알게 되는 상황에서 남편만 쏙 빠진다는 건 그다지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또 비건들이 밥은 먹고 사는지, 혹은 사람이 어찌 맛도 없는 풀 쪼가리들만 먹고 살 수 있는지 (남편이 매번 답을 해 줘도) 늘 의아해한다는 남편의 동료들을 위해, 맛있는 비건 케이크를 구워 '동물성 재료 없이도 얼마든지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강한 사명감(?)이 생겨났다.

 

이 케이크를 만들면서 크게 내 의지와 반대되는 2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째가 케이크를 구운 그 사실 자체, 둘째가 내가 쓴 재료가 내 의지와 다소 거리가 먼 것들이라는 문제이다. 내 케이크를 맛있게 드신 분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준비한 케이크는 헬렌 니어링 말마따나 사악함의 극치를 달린, 정말 '뻔뻔한 악마 케이크'였다.

 

물론 재료 대부분을 유기농으로 사서 쓰긴 했지만, 도무지 나와는 맞지 않는 순백의 재료-백밀, 백설탕을 썼기 때문이다. 비록 몸에 좋지 않은 케익일 망정 통밀가루(일부분이라도)에 정제하지 않은 유기농 공정무역 설탕(그다지 달지 않고 진한 갈색 빛이 나는)을 쓰고 싶었지만, 남편이 만류했다. '기껏 준비해 갔는데, 사람들이 안 먹으면 어찌하느냐?'.

 

남편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어차피 다른 이들 주려고 굽는 거니, 그들 입맛에 맞추자. 또 (혀에) 맛있는 비건 케이크를 구워야 하니,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쓰자.'

이런 생각으로 남편 동료들을 위해 순백의 이스트 반죽에 자두와 소보루를 얹은 생일 케이크를 구워 봤다.

 


이어지는 글-

케이크 먹기를 그만 뒀던 내가 케이크를 직접 굽다니..

, 남편 생일을 맞아 굽게 된, 순 식물성 소보루 자두 케이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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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농산물로 반찬해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초보자를 위한 채식 무김치 담기


채식 무김치

▲채식 무김치- 겨울 저장 야채의 시대가 막바지에 이른 요즘, 겨울 무를 사다가 서둘러 김치를 담갔다. ⓒ 김미수


정말 반찬 해먹고 살기 쉽지 않네

 

요즘처럼 야채를 사먹기 애매한 때가 또 있을까 싶다. 아직 우리 집 켈러(독일의 지하 혹은 반지하 저장고)에는 값도 싸고, 오래 저장하기도 수월해 수확 철에 잔뜩 사둔 유기농 당근, 감자, 양파 등의 기본 야채가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본채소들을 제외한 그동안 아껴 먹었던 다른 채소들은 다 먹어치운 지도 여러 날이 지났다. 물론 한국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온갖 농산물이 상점에 구비되어 있고, 이곳 독일도 수입된 농산물로 겨울에도 판매대는 항상 가득 차 있긴 하다.

 

'환경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유기농 지역산물을 사먹자.'라고 처음에 정했던 제한 범위가 '그나마 유기농 자국 농산물을(독일면적은 남한의 3.5배에달해서, 한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도시 간에 몇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것도 안되면 바로 옆 이웃나라에서 넘어온 유기농 농산물이라도 사먹자. (사실 어느 때는 독일산보다 바로 옆 나라에서 수입된 농산물이 더 가까운 곳에서 재배된 것일 때도 있다.)'로 점점 넘어서게 된다.

 

내가 이렇게까지 현실에 타협해가며 장을 보는 데에도 불구하고(솔직히, 요즘엔 이웃 또 넘어 이웃한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 온 유기농산물이나, 가끔은 유기농이 아닌 떨이 야채 같은 것을 사기도 했다.), 요즘 같은 때에는 정말 반찬 해먹고 살기 쉽지 않다. 물론 집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채소를 길러 먹고, 여러 콩류 작물 등을 길게 싹을 내어 채소처럼 먹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옛날로 치자면 딱 보릿고개에 속하는 때. 절기상으로는 이미 봄이 되었음에도, 제철 야채는 고사하고, 들에는 아직 나물 감들도 미처 다 자라지 않은 때가 바로 이즈음이다. (그래도 텃밭이 있었다면 사정은 훨씬 나았겠지만.) 한국보다 봄이 더 늦게 오는 독일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비록 먹을 것이 없어 배 골이를 하지는 않지만, 생태적인 밥상을 차리고자 고군분투하는 내게는 요즘이야말로 '생태 밥상의 보릿고개'다.


벌써 김장김치가 떨어지다니!


눈물을 머금고 허문, 마지막 김장 김치병

▲ 눈물을 머금고 허문, 마지막 김장 김치병 -벌써 김장김치가 다 떨어져 간다고 혼자 탄식을 했건만, 생각해 보니 김치도둑은 바로 나였다. ⓒ 김미수

작년 겨울에 독일 와서 처음으로 다 합쳐서 한 20kg 가까이 되는 분량의 김치를 아주 마음먹고 담갔었다. 그런데 어제 마지막 김치병을 허물었다. 4리터 들이의 유리병에 담가둔 마지막 김장김치를 말이다. 올 초 남편 무릎부상때문에 성탄절 휴가차 시댁을 방문한 후, 1달이 넘게 그곳에 머물렀다. 이런 이유로 집에서 김치를 먹은 기간이 3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김치가 다 떨어졌다는게 좀 의아했다. 게다가 독일인인 남편은 김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네처럼 끼니때마다 김치를 덥석덥석 먹는 사람도 아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독일에서 처음 맛보는 '제대로 된 김치 맛'에 내가 엄청나게 먹어댔던 것이 기억이 난다. 또, 그 양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시댁에 갈 때도 내가 먹으려고 김치를 조금 싸들고 가기도 했었고.

 

얼마 전에 장을 보러 가니, 작년에 수확해 저장해 두고 팔던 대부분의 야채가 이젠 아주 끝물인듯 싶었다. 우리가 자주 사먹던 유기농 당근은 생산지가 벌써 이스라엘로 표기되어 있었다. 독일 주변의 유럽국가를 한참 넘어선 이스라엘. 이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나는, 더 늦기 전에 일주일에 두 번 서는 지역 장터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가 직접 재배해 팔던, 까만 겨울 무를 이용해 '보릿고개 넘이용 채식 무김치'를 담갔다. 독일 일반 흰 무는 수확 철이 지나고 나서 봄이 되기 전에 이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데, 이 겨울 무는 이듬해 초봄까지 판매되곤 한다. 저장성이 좋아 당근 등과 함께 전형적인 저장채소로 알려졌다.

 

몇 번 담가봐서 이제 좀 수월하려나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또 까마득해진다. 안 되겠다 싶어 전에 내가 따로 적어놓은 메모와 함께 인터넷 검색해 컴퓨터에 저장해 뒀던 김치 요리법을 다시 확인했다.

 

나는 평상시에 요리를 할때 딱딱 계량을 해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십수 년 이상을 해마다 몇 차례씩 김치를 담가본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대충이나마 양념 분량 등을 어느 정도는 재서 쓰는 게 안심이 된다. 게다가 고춧가루나 전통간장 등은 멀리 한국 부모님댁에서 공수해다 먹고 있는 실정이니, 대충하다 김치에 양념을 너무 많이 넣었다간 속이 상당히 쓰릴 것 같다. 이럴 경우, 내 성격상 그 아까운 양념을 생각해 다음날 야채 몇 가지를 더 사서 넣을 게 분명한데, 그런 번거로움을 만들고 싶지도 않기에 좀 귀찮더라도 계량을 했다.   

 

 

채식 김치 담기- 시작은 주재료 무게 재는 것에서부터

 

김치 담기는 양념량을 잡기 위해 주요 채소(무나 배추 등)의 무게를 재는 것으로 시작한다.

'많이 담가서 더워지기 전까지 먹어야지.'하는 생각으로 내 딴에는 무를 기껏 많이 산다고 샀는데도, 집에 와서 저울에 달아보니 겨우 5kg이 조금 안 되는 분량이다 .(김치를 한 번 더 담가야 하려나?)

 

1. 양념 만들기 하나- 채수 준비

다음으로 채수를 끓이는데, 채수란 말 그대로 '채소에 물을 붓고 끓인 물'이다. 채식김치를 만드는데, 깊은맛을 내기 위해 이를 사용한다. 5kg 정도의 무(주재료) 양에 0.5l 정도면 적당하다.

 

채수를 끓이기 위해 좀 큰 냄비에(끓다가 넘치지 않도록)

당근 반개

무 한토막(약 200g)

셀러리 뿌리 한 토막

마른 다시마 작은 것 2장

마른 표고버섯 2-3개와 따로 모아둔 딱딱한 버섯 다리 한주먹(마른 버섯을 살짝 물에 헹궈 미지근한 물에 미리 담가놓았다가,  버섯 다리의 꽁다리 부분을 다듬고 불린 물을 조심히 냄비에 붓는다. 가끔 바닥에 이물질이 가라 앉아 있기도 하니 주의하자.)

쓰고 남은 야채 회향 꽁다리 부분 조금

대파 뻣뻣한 껍질 한 겹과 잔파뿌리 6개(유기농일 경우에만 사용. 깨끗이 씻는다고 해도 파뿌리에 붙은 흙을 완전히 씻어내기는 쉽지 않으므로, 일반 파뿌리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

 

위의 재료를 넣고 넉넉하게 찬물 3컵(약 500g 정도)이 못되게 넣고 약한 불에 서서히 끓인다. (처음에 야채를 작게 썰어 냄비에 넣고, 약간 잠길 정도로만 물을 붓고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나머지 물을 붓고 마저 끓인다. 처음부터 찬물을 가득 넣고 끓이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채수는 다시마, 표고버섯, 무를 기본으로 넣고, 여기에 평상시 집에서 자주 쓰는 채소 몇 가지를 더 넣고 끓인다. 채수를 위해 따로 장을 볼 필요는 없다.

다 끓으면 소금을 넣고 간을 한 후, 한소끔 식힌다.

 

채수가 약간 미지근할 정도로 식으면, 고춧가루 250g(이번 무김치에는 김장 때 보다 고춧가루를 덜 썼다.)에 부어 휘휘 저어 섞고 나서, 두시간 정도 불도록 둔다. 이렇게 고춧가루를 불린 후 써야, 색도 곱고 고춧가루도 적게 든다고 한다.

 

채수와 잡곡풀 양념물

▲채수와 잡곡풀 양념물- 고춧가루에 채수를 섞어 불려놓고, 잡곡풀과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넣고 갈아서 모두 함께 섞어준다. 이때 이상적인 농도는 고추장 정도의 묽기이다. ⓒ 김미수



2. 양념 만들기 둘- 찹쌀풀/오곡 혹은 잡곡풀 양념물

위에 말한 채수 500g이라는 양은 대략 총 김치 담그는 데 드는 물의 양이니, 풀을 따로 쑬 요량이면, 채수에 곡식 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끓인다. 늘 하던대로 찹쌀풀을 쑤는 것도 좋지만, 맛과 영양을 생각해 잡곡풀을 쒀보면 어떨까? 따로 오곡/잡곡가루를 내기 어렵다면 잡곡을 넣고 밥을 조금 해 쓸 수도 있다. 우리 집처럼 평소에 대여섯 가지 이상 되는 곡식을 넣고 밥을 해먹는 집이라면, 평소에 먹는 밥 몇 숟갈을 활용하면 아주 간단하다. 나는 따로 풀을 쑤지 않고 밥 냄비에서 2숟가락 정도의 밥을 덜어 사용했다.

 

오곡밥 2숟가락

마늘 65g(아주 작은 새 마늘 3통 반 정도, 한국 통마늘 기준으로 2통 정도)

생강 20g(엄지 손가락 첫 마디만한 크기 정도)

사과 반쪽

 

위의 재료를 채수나, 무 절일 때 나온 물을 약간 붓고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 줬다.

찹쌀풀이나 사과는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넣는데, 특히 과즙을 넣으면 김치에 사탕수수즙을 짜 말린 설탕을 넣을 필요가 전혀 없다. 지난 김장 때는 시부모님이 만드신 포도 주스를 조금 넣었는데, 김치맛이 아주 좋았다. 김장김치처럼 장기간 보관할 요량이라면 간 갈은 과일을 걸러 과즙만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한번 끓여 쓰면 김치가 쉽게 쉬지 않아 생과일을 통째로 갈아 넣었을 때보다 저장성이 더 좋아진다 한다.  

 

3. 주재료- 무 절이기



▲인근의 유기농사 짓는 농부가 재배해 장에서 파는 독일 까만 겨울 무

▲인근의 유기농사 짓는 농부가 재배해 장에서 파는 독일 까만 겨울 무- 취향에 맞게 썰어서 소금을 뿌려 살살 섞어 놓는다. ⓒ 김미수



참고한 요리법에 담가 바로 먹을 김치가 아니라면 '좀 매운 듯 달며, 단단하고 빡빡한 느낌이 드는 무'가 두고 먹기에 적합하다는데, 내가 이용한 이 까만 겨울 무가 바로 그러했다. 경험상으로도 맛을 봤을 때 아삭하고 물기가 많은 무는 김치를 담가 놓고 두고 먹다보면 빨리 물컹해진다.

 

무를 씻어서 취향에 맞게 썰어 김치를 버무릴 통에 바로 넣고 소금을 뿌려 살살 섞어 놓는다. (모두 소금 15큰술 정도 사용) 무를 절일 때 나온 물을 버리고 한번 씻어서 양념과 버무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 물을 다 사용한다. 배추처럼 오래 절이는 경우는 나도 남들처럼 뒤집어가며 몇 시간씩 절인 후 그 물을 다 버리고 사용했지만, 무는 굳이 오래 절이지 않아도 양념이 고르게 배기 때문에 아까운 무즙을 다 버릴 필요가 없다.

 

우리 집에서 특히 남편이 김치를 먹는 방법은 거의 일정한데, 이 사람은 김이나 쌈에 밥을 놓고 김치를 얹어 돌돌 말아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그의 취향을 고려해 이번에는 특별히 쌈이나 김 길이에 맞춰 길죽하게 무를 썰었다.

 

4. 부재료(무 5kg 분량) 준비
(아래는 내가 쓴 재료들, 글 말미 참고란에 내가 기준으로 하는 재료의 양-일반적으로 쓰는 대부분의 김치 부재료 포함-을 기재했다.)

 

잔파 65g

당근 중간크기 1개

대파 작은 것 1줄기

양파 작은 것 1개

표고버섯 3개(채수를 끓이고 걸러낸)

무 1/3 개

 

양념용 야채

▲양념용 야채- 준비한 야채를 길게 채를 썰어 미리 불려놓은 고춧가루 양념과 섞어 준다. 채수를 만들 때 쓴 표고버섯 역시 채를 썰어 함께 사용하면, 표고버섯의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진 근사한 채식김치를 맛볼 수 있다. ⓒ 김미수



위의 재료를 모두 8cm길이 정도로 길게 채썰어 주었다. (대충 이를 기준으로 양념 야채를 준비하지만, 그램 수를 정확히 맞춰 준비할 필요는 없다.) 내 방법 중 특이할 게 있다면, 채수를 만들고 난 표고버섯 역시 채를 썰어 양념에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김장김치에 굴 같은 해물을 넣는 것을 보고, 표고버섯을 넣어보면 어떨까 해서 지난 김장 때 배추김치에 넣어 보니, 김치 사이에 쫄깃한 버섯조각이 가끔씩 씹히는 게 별미였다.

 

배추김치라면 당연히 무를 양념에 듬뿍 넣어야 하겠지만, 무김치에도 무를 넣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결국 삼분의 일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무 한 토막을 채를 썰어 넣었다. 갓이나 미나리 등은 독일에서 구하기 어렵기에 생략. 예전에 에버스발데(Eberswalde)에서 퍼머컬쳐 가든을 꾸릴 때는 야생초, 허브같은 것들이 넉넉해서 김치 담글 때, 갓 대용으로 서양 고추냉이(독어명: Meerrettich, 영명: Horseradish,  학명: Armoracia rusticana) 잎이나, 미나리처럼 독특한 향을 내는 야생초(여기서는 흔히 잡초로 치부되는) 산미나리, '기어쉬'(독어명: Giersch, 영명: ground-elder, 학명: Aegopodium podagraria-찾아보니, 한국어명이 산미나리라고 나오나, 정확히 같은 식물을 지칭하는지는 모르겠다.) 등을 넣었었는데, 일궈 먹을 한평 땅뙈기 조차 없이 사는 요즘은 그때가 마냥 그리울 따름이다.

 

5. 버무리기

준비가 되었으면

채수(1)에 불려놓은 고춧가루와 찹쌀풀 양념물(2)을 섞고 전통간장 2큰술을 넣고 맛을 봐 약간 짭짤하다 싶게끔 소금으로 간을 한다. 지금은 정확히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지난 김장 때 참고한 요리법으로는, 이 고춧가루 양념의 되기가 고추장 정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김장 때 그대로 해 봤더니, 익은 후 김칫국물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히 생겨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여기에 채를 썰어 둔 양념 야채(4)와 통깨가 있으면 한주먹 넣고, 절여 놓은 무(3)에 조금씩 부어가며 잘 섞으면 채식 무김치가 완성된다.


김치를 저장할만한 통이 따로 없어서 자우어 크라우(Sauerkraut: 독일의 김치라 할 음식으로, 흰 양배추를 채썰어 소금과 섞어 숙성시킨 것.)를 담아 팔던, 손잡이가 달린 10kg짜리 플라스틱 통에 넣어 뒀다. 하루쯤 상온에서 익혔다가 우리 집 자연 냉장고인 켈러에 보관해 숙성시키려고 한다. 김치를 담고 나서 한 사나흘 지나 양념과 무를 먹어보고 싱거우면 간을 좀 더 하거나, 너무 짜다고 느낄 시에 무를 얇고 납작하게 썰어 김치 사이사이에 넣으면 간이 조절된다.

 

`생태 밥상의 보릿고개`를 구제할 채식 무김치

 

몇 시간씩 배추를 앞뒤로 뒤집어가며 절였다가 헹궈내야 하는 배추김치에 비하면 무김치 담기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그래도 재료준비에 채수 끓이기 등 일을 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린다. 나중에 제대로 익고 난 뒤라야, 김치맛이 좋은지 어떤지 제대로 판가름이 나겠지만, 일단 완성된 김치에서 나는 향을 맡아보면, 썩 나쁘지 않다. 벌써 진짜 '김치냄새'가 느껴지는 걸 보니.......


사나흘 후에 간을 보고 '됐다' 싶으면 두 군데로 나눠 하나는 처음부터 켈러에 두고 서늘한 곳에서 서서히 익혀 오래 두고 먹을 김치로 만들고, 다른 건 상온에서 좀 더 익혀, 김장김치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면 그 뒤를 바로 잇도록 해야겠다. 본격적으로 제철 야채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할 육 칠월 전까지 우리 집 밥상을 책임져 줄 무김치를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든든한게 아니다.


고맙다, 우리집 '생태 밥상의 보릿고개'를 구제해 줄 채식 무김치!

  

 

[Good to know]   

1. 참고 사이트

인터넷에서 김치담그는 요리법이야 말할 것도 없고, 채식김치 담는 법을 소개하는 사이트도 여러 곳 있지만, 가장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글은 다음 카페 비밀(Whole Food)비밀(whole food)의 식단혁명(slow food)에 소개된 '자연은'의 '채식 김장김치 담그는 법 강좌'이다. 이를 주로 하고, FoodinKorea의 '김치 담그기'를 참조해 대충의 양념 분량을 계산해 쓰고 있다.


2. 내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부재료와 양념의 양



 주재료 야채 10kg 당(배추 3-4 포기나 큰 무 7개 정도 분량) 부재료의 양

(괄호 안은 한국의 단위에 맞춰 써넣은 것)


무 1500g(중간크기 2개나 큰 무한개)

쪽파 130g(쪽파 1/3단)

갓 300g(갓 1/3단)

미나리 150-200g(1/2단-2/3단)

중간크기 양파 2-3개()

대파 130g(대파 1/6단)

마늘 130g(3통 반 정도)

생강 40g(4쪽 혹은 두 톨)

고춧가루 450-600g

(3컵-4컵: 1컵 150g을 기준, 김장 때는 고춧가루를 더 쓰고, 이번 무김치는 덜 써봤다.)

간장 4큰술

통깨 2큰술

마른청각 한 줌(30g)

 

채수와 과일즙 등의 액체 1리터 혹은 1kg

(이하로 잡는 게 좋다. 고춧가루를 불릴 때 채수를 조금 덜어 놨다가, 너무 빡빡하다 싶으면 더 넣는다.

나처럼 무 절인 물을 그대로 쓰는 경우, 채수량을 좀 줄이는 게 좋다.)

찹쌀풀 2컵(찹쌀 1/2컵+채수 2컵) 혹은 밥 4-5 숟가락(채수를 넣고 갈아 쓴다.)

무즙 1/2컵

과일즙 1/2컵

삶은 호박 1컵

(깊고 감칠맛 나는 김치를 위해 첨가하면 좋다.

나는 김장 때는 썼다가, 지금은 두고 먹던 단호박이 다 떨어져

이번 무김치에는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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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경험한 냉장고 없이 사는 생활과 외부 에너지 필요없는 대안 생태 냉장고 소개



냉장고 없이 살자고?


결혼해 독일에서 살기 시작한 후, 남편은 냉장고 없이 살아볼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 나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지만, 그의 정성어리고도 긴 설득과 '편의 추구와 생태적인 삶'에 대한 더욱 기나긴 논의 끝에 우리는 더운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냉장고를 쓰고 나머지 날들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 사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냉장고 없이 살아도 좋은 여러 이유를 대며, 진지하고도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던 그의 노력에 눈 딱 감고 '설득당해' 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논의가 길어지던 중 언뜻 보게 된, '냉장고 사용을 고집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정말 소비적이고 편의만 추구하는 사람' 듯 비쳤다. '내가 생태적으로 살겠다고 말만 앞서고, 실천은 저 멀리 던져둔 사람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자, 그제야 자의 반 타의 반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남편과 이견을 조율하고 나서 '냉장고 없이 살자고? 그래 그러지 뭐.'라고 마침내 결론은 내렸지만, 사실 내 속의 불만까지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보통 한국 가정에서 쓰는 몇백 리터나 되는 큰 냉장고도 아니고, 게다가 요샌 한국에서도 문 두 개짜리 더 큰 냉장고도 많이 쓴다던데....","한국에선 자취생들이나 쓸 법한 한 칸짜리 미니 냉장고(내가 자취할 때 쓰던 냉장고도 이보단 더 컸었다. 에구.)가 전기를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참나....", "또 우린 전기도 시민이 세운 대체 에너지 단체에서 공급받고 있는데......."라며 틈만 나면 혼자 구시렁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신기하게도 냉장고 없이 사는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갔다.



독일의 저장공간 켈러(Keller)의 모습

▲ 독일의 저장공간 켈러(Keller)의 모습-우리 집 켈러에는 온갖 먹을거리가 보관되어 있다. ⓒ 김미수





어라, 냉장고 없이도 살아지네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빵을 사기 위해 어쨌든 유기농 가게를 찾았고, 여름철에는 야채도 그날그날 먹을 양이나 길어야 2-3일 정도 먹을 분량만 샀다. 그리고 야생허브 먹는 양을 배로 늘려, 퍼머컬쳐 가든(Permaculture Garden)에 갈 때마다 봉지 가득 각종 허브를 수확해 왔다. 서늘한 곳에 저장이 필요한 김치, 피클, 직접 만든 과일 주스같은 것들은 켈러(Keller, 독일의 지하 혹은 반지하 저장실-글 말미 참고)에 보관했다. 겨울에는 감자, 당근, 양파 등의 기본 채소를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에게서 몇 킬로씩 사서 켈러에 저장해 놓고 이듬해 이른 봄까지 먹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켈러가 아닌, 부엌 안에 저장했다면 몇 주 지나지 않아 죄다 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사놓고 잊어 냉장고 안에서 상하거나 조리하다 남는 음식 재료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에서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해 놓고 먹을 때보다 많은 것들을 더 신선하고 또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다. 또 시작은 불평과 함께했지만, 냉장고 없이 살기 버릇하다 보니, 처음 생각보다 그다지 끔찍하다거나, 야만적이지(당시에는 냉장고와 가스레인지가 문명화된 주방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않았다. 신선한 허브를 수확하기 위해 퍼머컬쳐 가든에 자주 가고, 장을 보러 더 자주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몸을 더 많이 움직이게 되어 건강에도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빈번해져 내 독어 실력 향상에도 보탬이 되었다.


독일에 온 후 맞은 첫 여름에만 잠깐 며칠(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던 시기) 냉장고를 가동한 것 외에는 지금껏 냉장고를 쓰지 않았고, 재작년에 에버스발데를 떠나오면서 그 작은 냉장고마저 아예 다른 집에 줘버렸다. 이제 나에게는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내는 것 보다, 요리에 필요한 야채를 가지러 잠깐 켈러로 향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익숙한 일이 되었다.



어릴 적 광에 대한 추억과 에너지 제로 냉장고


어릴 적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보면, 우리 집에는 광이라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 학년때 이사 온 이 집에는 그 당시에 아주 흔하지만은 않던 입식 부엌이 있었다. 그 부엌 한쪽 벽에 난, 아이 키 높이 정도의 조그만 문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던 이 광이라는 공간은 지금 생각해 보니, 독일의 켈러와 비슷한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 곳은 명절에 먹고 남은 유과나 전, 홍시 같은 것 등을 보관하는 데 썼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엄마가 허리를 구부리고 광에 들어가서 하얀 밥 튀기가 겉에 발라진 달콤한 유과를 꺼내주셨던 기억이 난다. 또 집에서 숨바꼭질을 할때 가끔 광에 숨어 들어갈 때면 햇빛도 들지 않던 그 안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우리집 뿐만 아니라 친구집에도 그런 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이 광이라는 공간이 그 시대에는 아주 생소한 곳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찾아보니, 광이란 살림살이나 그 밖에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 두는 곳, 또는 그 건물과 시설을 일컫는 말로 사실은 꽤 사는 집에 달린 상당한 규모의 공간을 말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집 부엌에 달린 정도의 조그만 공간은 고방이라고 불러야 한단다. (두산백과사전, 고방 참조) 물론 산업 발달에 발 맞춰 우리집에도 냉장고를 들이게 되면서 나중에 이곳은 실내 욕실 겸 화장실로 탈바꿈하였다.



동굴형 냉장고

▲ 텃밭 그늘진 곳에 자리한 '동굴형 냉장고' ⓒ 김미수



몇 년 전까지 충북 제천에서 자급자족을 하며 사시던 최성현 선생(마사노부 후쿠오카와 요시카츠 가와구치 선생의 책을 번역해 국내에 자연농을 알리고,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좁쌀 한 알: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등의 책을 쓰기도 함.)은 집 앞 흐르는 시냇물 속에 김치 통이며, 과일 봉지 등을 담가 냉장고처럼 사용하셨다. 산골이라 한 여름에도 냇물이 얼음물처럼 차가운 탓에 최 선생님 댁에서는 이 냇물이 여느 집 최신 냉장고 부럽지 않을 빵빵한 냉장력(?)을 갖춘 자연 냉장고였던 셈이다.


예전에 살던 독일 에버스발데의 어느 집은 켈러가 따로 없었던지, 겨울에는 식료품을 바구니에 담아 창문 바깥 창틀에 두었다. 아주 단순하지만, 가장 손쉬운 생태형 대안 냉장고인 셈이다. 다만, 이 냉장고는 창틀이 햇빛을 직접 받는 위치에 있다면, 다소 가동이 어려운 형태라는 단점이 있다.


인근에 살던 다른 지인은 텃밭 한구석 그늘진 비탈 아래에 작은 동굴형 냉장고를 설치(?)했는데, 그 냉장력 또한 나쁘지 않아서 한여름에도 늘 텃밭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었다. 별다른 단점이 없는 이 냉장고의 최대 장점은 연중 균일하게 냉장할 수 있다는데 있다.

 

내가 지금껏 본 대안 생태 냉장고 중 가장 인위적이면서도 비교적 장소에 따른 별다른 제약 없이 쓸 수 있도록 손쉽게 만들어진 것은 독일 니더 작슨(Niedersachsen) 주의 프린쯔 회프테(Zentrum PrinzHöfte)라는 생활 공동체에서 본 것이다


공동체 일원 중 한 명이 만든 이 냉장고는 항상 바람이 통하는 발코니에 둬야 한다. 이는 외부 에너지의 아무런 도움 없이 작동되는 이 냉장고의 작동비밀이 바로 실외공기와의 접촉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냉장고 형태를 잡기 위해 서너 단 정도 되는 뼈대만 있는 철로 된 비키니 서랍장을 가져다 사방을 천 하나로 둘러싼다. 날이 더울 때에는 천 한쪽 끝을 항상 물에 닿게 해 천 전체가 늘 젖은 상태로 있게 한다. 냉장고 위나 바닥에 물이 담긴 통을 두고, 천이 마르지 않도록 2-3일 정도 마다 물을 새로 부어준다.


천의 물기가 수시로 증발하며 주위의 열을 빼앗는 과정에서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 덕에 이 냉장고 안은 달걀이나 버터 등을 신선하게 저장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온도 유지가 가능했다. 겨울에는 뭐 그냥 베란다에 두기만 해도 저절로 냉장이 되니, 따로 별도의 장치가 없어도 무방하다. 내 마음대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배기가스 제로(zero Emission) 서랍식 냉장고'쯤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배기가스 (zero Emission) 서랍식 냉장고

▲ 대안 생태 냉장고의 최고봉 '배기가스 (zero Emission) 서랍식 냉장고' ⓒ 김미수



'냉장고 없이 살기'로 일석이조(생태와 경제)의 효과 누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냉장고 없이 살아가기 프로젝트'는 켈러가 없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뒤로도 우리는 두어 번을 더 이사했는데, 우리가 집을 구할 때 보는 첫째 조건은 켈러가 있는지 여부이다. 켈러(Keller)는 지하 혹은 반지하 저장 공간을 말하는데 독일에는 대부분의 집에, 심지어 빌라같은 곳에도 이 켈러가 달려 있다. 어떤 사람들은 켈러를 우리의 창고처럼 쓰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쌓아두는 용도로 이용하기도 한다. 반면에 적지 않은 가정에서는 이곳을 병조림, 과일 등의 음식을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한다. (과일 병조림이나 쨈 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 먹는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우리 집 켈러에는 직접 만든 야채 병조림, 과일 주스에서부터 감자, 당근, 양파 따위의 장기 저장용, 및 그때그때( 1주일 이내) 소비할 목적의 채소까지 온갖 먹을거리가 보관되어 있다. 그 빵빵한 냉장력을 자랑하자면, 작년 11월 초에 담은 김장 김치가 아직도 아삭거릴 정도니, 내겐 여느 집 비싼 김치 냉장고가 전혀 부럽지 않다.

 

 

밑반찬을 만들어 두고 먹는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고,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며, 그 대부분의 도시인이 마당도, 지하 저장고도 없는 빌라나 아파트에서 사는 우리나라에서 냉장고 없이 산다는 것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의 음식문화의 차이를 고려하고서라도 요즘 한국인들의 삶의 방식이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발달해 온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1990년대 중반쯤 고향을 처음으로 떠나, 다니기 시작한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도시에서 자란 친구들을 만났는데, 몇몇은 자기 집에는 난방이 잘 되어 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고 집에서 생활한다는 말을 자랑처럼(?) 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마 그 시절에도 아파트 생활을 했을 그 친구네 집에는 지금처럼 부엌 안에 몇 백리터짜리 큰 냉장고가 있었을 것이다.

 

매일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한국의 뜨거운 여름에는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겨울은 물론이고, 봄이 코 앞임에도 밤이면 여전히 추운 요즘(게다가 꽃샘추위!), 추위를 피하기 위해 방에는 난방하고, 다른 한 편으론 음식이 상하지 않게 냉장고를 가동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 생각해 본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 단 한 두 주만이라도 냉장고 가동 않기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대신, 베란다 한구석이나 집안의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식료품을 보관할 자리를 만들어 본다면? 첫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그냥 생활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덤으로 전기료가 대폭 절감되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 독일의 녹색 전기  



하나.

지금의 독일에서는 전기공급하는 회사를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전기를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시의 에베에스(EWS: ElektrizitaetsWerke Schoenau)라는 곳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곳은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1986년 원자력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세웠다. 이 단체는 다른 큰 전력생산 회사들(RWE, E.ON 등과 같은)이 원자력 에너지를 여전히 지지하는 것과 달리, 100% 태양력, 풍력 등을 통해 얻은 친환경 대체 에너지만을 공급한다. 10 여년을 전 후로 지금은 그린피스 에너지를 포함한 다른 녹색 에너지 공급회사들도 생겨났다. 독일에 있는 거대한 전력회사도 시대에 발맞춰 자신들도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한다고 광고하기도 하지만, 이는 아주 일부일뿐 이들회사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전기는 화석원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에베에스에서는 '전기를 적게 쓸수록 좋다'고 캠페인을 하고, 일 년에 한두 차례 보내오는 공문에도 전기 사용 절감을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곤 한다. 전기료도 이런 기본 원칙에 따라 기본요금이 다른 회사보다 낮고, 대신 전기 사용료가 비싸다.

둘.

이해를 돕기위해 덧붙이자면, 모든 전력공급자들이 생산하는 전기는 한곳에 모여 수요자들 각각의 가정으로 보내진다. 이를 두고 '말이 좋아 친환경 에너지이지, 결국 너희가 쓰는 전기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냉소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그런데, 직접 태양 광전판이나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자가발전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집에 들어오는 전기가 '정확히 녹색에너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유인 즉슨, 우리 집 전기 공급자를 녹색에너지 공급자로 정함으로써, 결국 독일 에너지 생산량 중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의 비율을 높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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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n shedding dogs

    Tracked from non shedding dogs 2012/02/17 02:36 Delete
    My-ecoLife : '냉장고 없이 살기'로 생태와 경제, 둘 다 챙겨볼까
  1. 푸르딩딩

    | 2012/02/22 14:51 | PERMALINK | EDIT | REPLY |

    냉장고 없이 살아보기,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특히나 더운 여름에요^^
    독일의 켈러가 너무나 탐나는 1인입니다~
    참 제 네이버 카페에 이 글을 퍼가고싶은데,
    가능한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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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랜만에 보낸 다운  설  이야기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한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다들 나 말고는 다른 한국인들을 찾아볼 수도 없는 곳에 살았었다. 독일에 와 처음 3년간을 지낸 에버스발데(Eberswalde)는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베를린에서 기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까지 그런 모임을 찾아다닐 만큼  한국인들과의 교류에 목 말라있지 않았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하느라 꽤 바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사를 한 게르바흐(Gerbach)는  살고 있는 가구 수가 400가구도 안 되는 워낙에 작은 마을로, 근처 50-60 킬로미터 이내 다른 마을과 도시를 다 합쳐서도 내가 거의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


 작년 가을,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가족을 만난 적이 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들이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말을 걸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서로 갈 길을 가게 된 사연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로이트(Bayreuth)에는 한국인들이 좀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짐작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학교 내에 갑자기 알게 된 한국어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다니엘 한국어 선생님을 통해서 한인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선 민족의 대명절 설이었던 어제, 바로 모임이 있었다. 설에는 다들 떡국을 먹는 한국과 달리 여기선 각자 준비해 오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와 차려 놓고 나눠 먹는 모양이었다. 독일어 선생님 말씀으론 다들 고기를 준비해오니, 채식을 하는 나와 남편이 먹을만한 걸로 집에서 자주 해 먹는 것을 준비해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정말 집에서 먹는 대로 삶은 감자에 야채볶음 혹은 밥하고 김치에 국- 뭐 이런 걸 들고 갈 수도 없을 것 같아 고심했었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한 요리 블로거가 소개한 손님 접대에 좋은 밀쌈이 생각났다. 여기에 볶음밥을 과자틀에 찍어내 한 입 요리를 해 만들고, 자우어크라우트 샐러드를 곁들이면 좋겠다 싶었다. 마쳐야 할 작업이 있어, 모임 전날에는 장만 봐다 놓고, 약속시간인 오후 2시 모임 가기 전 오전에 음식을 만들었다.


 뭐, 준비해 간 음식이 모임에선 별로 썩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 또 (빛깔이 다채로와 그랬는지) 다들 음식이 예쁘다며 좋아해 주셨다. 그러나 그런 칭찬이 고맙고 기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뭔가 마음 한구석에서 떨쳐내지 못한 찝찝한 구석이 있었다. 이유인즉슨 준비해간 음식이 자우어크라우트 샐러드를 제외하곤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요리였기 때문이다. 만든 시기와 사용한 재료에 따라선 전혀 다른, 생태적인 제철 요리라는 빛나는 이름을 붙여 줄 수도, 그리하여 내 마음도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했을 수도 있었으련만.

 

설날 한인 모임에 준비해 간 음식

설날 한인 모임에 준비해 간 음식- 사진 바로 가까이에 보이는 두 가지 색 밀쌈과 한 입 볶음밥. ⓒ 김미수

 

위와 같은 긴 사연을 바탕으로 이름 붙여진, '생태적일 수도 있을 뻔한 파티 요리 둘- 밀전병 & 한 입 볶음밥'을 소개한다.

 


하나, 밀쌈 만들기

밀쌈은 밀전병(밀지짐이)을 얇게 부쳐서 오이, 버섯, 고기 등을 채 썰어 볶아 넣거나 깨를 꿀로 버무려 소를 만들어 넣고 말아 놓은 떡이다.

말이 떡이지 메밀 전병 등 다른 전병류와 같이 사실 부침개에 좀더 가까운 상차림이라고 할 수 있다. 안에 넣는 소에 따라 안주나 후식으로 먹는다는데, 찾아보니 요즘 사람들은 손님맞이 상차림에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여기서 소로 자주 이용하는 고기나 달걀 등의 속재료를 모두 식물성으로만 바꾼다면, 근사한 채식 밀쌈이 된다..

(두산백과사전 밀쌈, 전병, 메밀전병 참조) 

 

내가 사용한 밀쌈의 재료들

내가 사용한 밀쌈의 재료들- 생태적이지 않은 뻔뻔한 야채들에서 부터 친환경 착한 야채들 까지. ⓒ 김미수



내가 쓴 뻔뻔한 야채들 vs. 착한 야채들

빨간 파프리카- 시댁을 떠나올 때 어머님이 싸주신 야채. 스페인산이나 최악에는 이스라엘산으로 추정.

양송이- 지인에게 선물 받은 떨이 야채. 독일산.

애호박- 시댁을 떠나올 때 어머님이 싸주신 야채. 스페인산으로 추정.

브로콜리- 시댁을 떠나올 때 어머님이 싸주신 야채. 스페인산으로 추정.

오이- 밀쌈 요리재료를 보고 마트에서 집어든 스페인산. (가장 가까운 마트만 재빨리 다녀온 터라 평상시와 다르게 그 곳에 있는대로 그냥 집어 들었다.)                                                 

 

단호박- 수확시기인 늦가을에 사서 저장해 둔 독일산 유기농.

양파- 수확시기인 늦가을에 사서 저장해 둔 독일산 유기농.

당근- 늦가을에 사서 저장해 둔 독일산 혹은 오스트리아산 (여기선 그나마 근처) 유기농.

적색 양배추- 늦가을에 사서 저장해 둔 독일산 유기농.

 

밀가루- 상당히 많이 정제한, 내가 거의 백밀가루 동급으로 치는 밀가루. 유기농

스펠트 밀(Triticum spelta, 영어명: Spelt, 독어명: Dinkel)- 통곡식 가루. 독일산. 유기농

흑미가루- 엄마가 고향에서 농사 지으시는 사촌 고모님 댁에서 사서 보내주신 흑미 한 보따리 중 조금을 직접 분쇄. 유기농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음. 한국에 있었다면, 그나마 지역농산물이었겠지만, 이곳에선 원거리 수입 농산물의 위치. 스스로에게 마음의 위안을 조금 준다면,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제품이란 것과 고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밀전병을 위한 두 가지 색 반죽

밀전병을 위한 두 가지 색 반죽- 밀가루와 물의 비율은 1:1.5 정도가 적당하다. 하지만, 만들어보니 전병이 자꾸 쳐져서 밀가루를 좀 더 넣어 반죽을 되게 만들었다. ⓒ 김미수

 

각각의 채소들을 길고 가늘게 채를 썰어 취향에 따라 생으로 쓰거나 아주 조금의 기름을 넣고 볶아 쓴다.

중요한 점은, 김밥에 넣는 재료와 마찬가지로 물기 없이 표면이 약간 건조한 상태가 좋다. (기름이 많거나 자체의 물이 나와 재료가 소스나 물기로 젖어 있으면, 쌈을 말았을 때 쳐지거나 심지어 떠질 수도 있다.)


내 경우엔 오이를 껍질 있는  단단한 쪽만 얇게 썰어서 생으로, 피프리카 역시 머리와 꽁지 부분을 잘라내고 최대한 일자로 얇게 썰어 내 생으로 사용하였다. 나머지 재료들은 채를 썰어 불에 볶아 내고 소금 간 하였다. 브로콜리는 꽃부분(대 아닌 진한 녹색의 윗부분)만 작게 썰어 역시 살짝 볶아 사용했다.

 

야채 준비는 써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요리초보라도 문제없을 정도로 참 간단하다. (그런데 준비하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밀쌈 성공의 최대 변수는 밀전병 지지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테플론 프라이팬을 쓰지 않아 집에 있는 것들은 죄다 스테인리스 제품뿐이라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었다. 사실 전날 점심으로 두어 개를 시범 삼아 만들어 봤는데, 그때는 100% 흰 밀가루만 써서 그랬는지 별 무리없이 밀전병을 지져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당일 큰 문제가 생겼다. 전날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있었기에 몸에 좋다는 스펠트 밀가루를 30% 정도 섞었는데, -아마도 이 때문인지?- 만드는 족족 팬에 눌어붙어 엉망이 되었다.

 

약속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계속 시도하다가 이대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묘안을 낸 것이 바로 오븐용 기름종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오븐용 기름종이를 프라이팬 크기로 잘라 달궈진 팬에 놓고 그 위에다 반죽을 부어 익혔다. 얇고 동그랗게 부친 밀전병을 김밥 마는 발 위에 놓고, 각각의 재료를 한 두개씩 소로 올려 김밥 말듯이 꼭꼭 말아준다.


직접 기른 새싹채소를 곁들인다면 좋았겠지만, 시댁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새싹을 기를 시간이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 한 입 볶음밥 만들기

야채는 위의 재료 남는 것들을 다지듯 작게 썰어 사용한다. 나는 밀쌈 만들 때 사용한 재료 중 오이, 적양배추, 파프리카 양송이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감자를 사용했다.

적색 양배추는 밥에 물이 들면 지저분해 보일까 봐 뺏고, 파프리카와 양송이는 정신없이 만들다가 깜빡 잊고 넣지 못 했다. (생오이는 볶음밥엔 안 어울려서 미사용.)

 

밥은 쌀 대신 수수와 퀴노아 등을 섞은 잡곡밥에 약간의 간을 하고, 기름을 한 숟가락 넣고 했다. 처음에 밥할 때 부터 거친 옥수수 가루를 반 컵 못되게 넣고 함께 끓였는데, 이는 나중에 모양 틀에 찍을 때 모양이 유지되도록 밥의 점도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볶음밥 재료를 보면,

주요 야채들- 위와 동일

감자- 독일산 유기농

 

수수- 유기농, 원산지는 알 수 없음.

퀴노아(Quinoa) 흰색+ 붉은색 두 종류- 유기농 공정무역 제품.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공정무역가게에서 사둔 것.

 

위의 재료로 야채를 양파-당근-감자-단호박-브로콜리-파프리카 순으로 팬에 볶다가 소금으로 간을 하고 밥을 넣고 골고루 섞고서, 맛을 보며 소금을 더 한다. 불을 끄고 숟가락이나 주걱으로 조리가 끝난 볶음밥을 꼭꼭 눌러 놓는다. 여기에 여러 가지 과자 틀로 찍어내면 완성. 이때 과자 틀은 한입에 들어가기 좋을 크기-가장 작은 크기의 틀이 적당하다.

 

한 입 볶음밥

한 입 볶음밥- 별 것 아닌 요리지만, 모양틀에 찍어내면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근사한 파티요리가 된다. ⓒ 김미수

 

사실 밀쌈을 만드는데, 참고한 요리법에 달걀, , 맛살 같은 것들을 썼기에, 뭔가 야채 외의 것을 곁들이면 사람들 먹기에 더 나으려나 싶어 마트에서 덥썩 집어든 대두식품(Sojaprodukt)이 있었다. 콩으로 만든 기다란 소시지였다. 장을 볼 때 정신이 없었는지 성분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덥석 사놓고, 그날 당일 요리를 하려고 살펴보니 계란에서 추출한 단백질이 들어 있었다. (나와 남편은 비전-Vegan인데, 평소에 고기, 유제품, 꿀 등의 모든 동물성 제품을 제외한 식물성 식품만을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것은 빼두고 야채만으로 밀쌈을 말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날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겠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아니면 요리 형편없이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이 되었었는지 뭔가 잔뜩 긴장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생전 안 하던 장보기를 좀 하게 되었는다. 요리할 때는 워낙 시간에 쫓기고 바쁘게 준비해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지내놓고 보니, 개인적으로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 이틀을 떠올려 보면, 혼자 중심을 잃고 좀 우왕좌왕한 것 같다.

 

다행히 모임은 잘 끝났고, 처음 보는 분들인데 다들 친절하고 다정하셨다. 그리고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마트에서 마주쳤던, 그 가족분들. 그때 그분들이 나를 보시고는 혹시 한국인이 아닌가 싶어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한국어로 좀 크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가 남편이랑 둘이서 독일어로만 이야기하고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으니, 그분들은 '한국인 아닌가 보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사실 난 그때 딴에는 기회를 엿보느라 주위를 맴돌고 있었던 건데.... 그땐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우습다. 그냥 바로 가서 말 걸어 볼걸.

 

독일에 온 이후 음력 설은 특별한 일 없이 그냥 넘어 가곤 했는데, 음식준비에서부터 같은 지역에 사는 다른 한국인들과의 만남까지. 오랜만에 우리 설을 명절다운 명절처럼 보낸 것 같다.

 

 

밀쌈 요리 참고 (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 '손님 접대 요리(밀총떡, 호박버섯볶음)'

업데이트 된 '(밀쌈말이) 먹기 전에 눈이 먼저 호사하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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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만든 차로 시원한 여름나기

6월 21일이 지났으니 절기상으로 독일도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더웠다가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서늘해지는 날씨의 변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쯤되면 텃밭 가든에는 여러가지 허브와 야생초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허브가 풍성한 계절에 줄기 채로 끊어 그늘진 곳에 말린 후, 말린 허브잎을 우려내 마시는 허브차도 좋다. 그렇지만, 가든 가득한 싱싱한 허브잎을 한줌 따다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는 '생잎 허브차'에는 그 계절에만 맛 볼 수 있는 자연의 싱싱함이 담겨 있다.

제철 허브 생잎차

▲ 그 계절에만 맛 볼 수 있는 자연의 싱싱함이 담겨있는 제철 허브 생잎차 2009 ⓒ 김미수


허브차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그 향에 있지만, 허브의 배합에 따른 각양각색의 차를 맛볼수 있다는 데에 또 다른 묘미가 있다. 특히 손수 배합해 만드는 허브차의 경우, 배합 과정에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 거기다 생잎을 이용하는 경우 계절마다, 잎을 따는 시기마다 허브잎이 담고 있는 맛-물과 향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조합에서도 늘 새로운 차 맛을 볼 수 있다.

허브차를 처음 만들 때에는 정말 내 마음대로 섞어서 차를 만들곤 했다. 다행히도 차 맛이 썩 나쁘지 않다는 말들을 몇번 들어 나만의 차를 만드는데 나름대로 용기를 갖게 되었다. 자연스레 허브차의 조합 같은 것에 관심이 가곤 하는데, 특히 상점에 갈때마다, 말린 허브차 뒷면에 적힌 성분표시를 눈여겨 보곤 한다. 그걸 보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차 조합의 비밀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가끔씩 내가 사용하지 않는 차 잎의 종류를 알게 될 때도 있다. 라즈베리 잎이나 딸기 잎같은 경우가 그랬다. 이 정보는 처음 독일에 와 살았던 작은 도시, 에바스발데(Eberswalde) 유기농 가게의 지역 허브차 상품에서 발견했다.
나중에 관련 책을 찾아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허브잎들도 그렇지만 특히 과일 잎의 경우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 전의 어린 잎을 따는 것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라즈베리와 딸기 어린 잎

▲ 허브차 배합의 새로운 발견-(왼쪽부터) 라즈베리와 딸기 어린 잎 2009 ⓒ 김미수


요즘 내가 즐겨 마시는 허브의 배합은 다음과 같다.
라즈베리 잎3-4잎, 딸기 잎3-4잎, 세이지2잎, 파인애플 민트2-3잎, 스피어 민트2-3잎, 애플 민트2-3잎, 레몬 민트2잎, 레몬밤4-5잎, 펜넬1줄기.
라즈베리 잎은 뒷면이 하얀데, 차를 우리면 이것이 우러나와 찻물의 색을 약간 텁텁하게 만든다. 찻 주전자에 물을 막붓고 나서는 뒷면의 하얀 가루같은 것들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여 신비롭다.
펜넬과 세이지는 항균작용이 있는데, 특히 세이지는 입안에 염증같은 것이 있을때 마시면 좋다.
여러가지 민트 종류는 상큼한 향 덕에 차 맛에 개운함을 더한다.
레몬밤은 강한 레몬향을 머금고 있어 차 맛을 상큼하게 해 준다.
사실 여기에 스티비아 몇 잎을 넣어주면 자연적인 단맛이 가미되어 정말 완벽한 차 맛을 낼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지난 겨울을 나며 스티비아가 얼어 죽는 바람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위의 용량은 마음 내키는 대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단 몇 가지 주의할 점은, 세이지를 너무 많이 넣으면 쓴맛이 날 수 있고, 레몬 민트도 향이 너무 강할 수 있으니 역시 너무 많지 않게 넣는게 좋다. (레몬민트는 버가못 민트라고도 하는데, 정말 강한 향이 나는 허브이므로 향수같은 차를 마시고 싶지 않다면 그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파인애플민트, 애플민트, 스피어민트, 레몬민트

▲ 상큼한 향 덕에 차 맛에 개운함을 더 하는 민트-(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파인애플민트, 애플민트, 스피어민트 그리고 레몬민트 2009 ⓒ 김미수


주위에서 나는 허브잎(쑥잎이나 산딸기 잎 등을)을 뜯어다가 생잎차를 우려마셔 보자. 아니면 집 한구석에 향기로운 허브들을 키워 나만의 허브차를 만들어 보자. 이제 막 시작되는 여름철의 더위가 조금 식혀지진 않을까.

 
스티비아(Stevia)란?

스티비아(Stevia rebaudiana)는 설탕보다 300배나 더 강한 단맛을 지닌 식물이다. 저혈당 음식이며,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 등에 해가 없어 설탕 대체식품으로 쓸 수 있다.
설탕 산업게의 압력에 따른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스티비아가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 나라들-영국, 미국 그리고 독일 등-이 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스티비아 말린 잎이 '목욕용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다른 허브처럼 그 잎을 사용하는데, 말리거나 생으로 쓴다.

참고 사이트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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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으면서도 건강한 간식거리가 그리운 때다.
멜라민 파동에서 시작해서 때마침 몇몇 기사들은 식품 첨가물의 유해성까지 들춰내고 있다.
마트에 진열된 빵이나 과자들을 뒤집어 제품에 뭐가 들었는지 좀 볼라치면, 무엇에 쓰는 것인지도 모를 이름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맛을 위해 혹은 맛있게 보이도록-때깔 좋은(?) 색을 내기 위해 주로 사용된 이런 첨가물들은 물론 유해하지 않을 정도로, 관련 법규에 때라, 살짝 그리고 아주 조금씩만 사용되었을게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건강을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맛있는(?) 간식과 혀속임의 일등공신 식품 첨가물
이런 현상을 지켜보고 있으면 '맛있으면서 건강한 간식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물론 제품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이 두가지에 생산 가격이라는 항목을 하나 더 놓고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첨가물의 사용으로 가격대비 만족할 만한 맛을 가진 제품생산이라는 답안을 쉽게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먼저 생각해 볼 점은 과연 '맛있다'는 것의 범주를 어떻게 놓고 볼 것인가이다. 첨가물 사용으로 실제와 다른 거짓된 맛으로 혀를 속여 느끼게 하는 것도 '맛있는' 것인지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눈속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혀속임도 있다. 나도 채식을 하기 전, 먹을 거리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때에는 이것 저것을 맛보며 그 맛에 감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거짓된 맛의 비밀을 알게된 지금, 그런 먹을 거리들에 손을 대는 것이 나는 두렵다.

식약청의 식품 첨가물 데이터 베이스. 어렵고 생소한 첨가물 목록들. 내용을 살펴보아도 도통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

식품첨가물에 관한 한 독일도 한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한번은 시댁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먹는 Brotchen(모닝롤 같이 작은 빵)의 맛이 곡물로만 구운 것에서는 날수 없는 너무 '맛있는' 맛이 났다. 나중에 포장봉지를 살펴보니 E103 따위의 정체를 알수없는 첨가물이 두세가지 쓰여있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공기밥을 먹듯이 빵을 먹는데, 그런 것에도 알수없는 첨가물이 들었다니 정말 놀랬었던 적이 있었다.(굳이 비유를 들자면 밥맛을 더 달고 풍미있게 하기 위해 쌀에 첨가물을 입혀 판매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유기농이나 지역 생산 재료를 썼다면 무조건 건강 식품?
멜라민, 식품첨가물.. 듣기만 해도 자연적이지 않은 어감과 연이은 부정적인 기사들 덕에 우리는 이젠 이런 것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임을 쉽게 알수 있다.  
하지만 식품첨가물 보다 더 지나치기 쉽고 스스럼없이 입에 넣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 이른바 정제된 재료들이다.
유기농에 지역산물이라 할지라도 정제된 것들은 내 혀를 달콤하게 하고 내 배는 채우지만, 치아를 손상시키거나 비만을 부르는 등 내 몸에 해를 입힌다. 유기농 과자나 빵이라도 설탕범벅에 백밀가루로 구워진 뽀얀 제품, 혹은  집에서 직접 구운 빵이나 쿠키라도 생산지를 모르는 재료와 백밀가루, 설탕범벅의 쵸콜렛 등을 이용했다면 멜라민이나 식품첨가물이 든 제품보다야 조금 낫겠지만 역시 또 다른 병을 부르기는 마찬가지다.
코코아와 쵸콜렛의 재료인 카카오가 얼마나 쓴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요새는 카카오 함량이 높아진 쓴 초콜렛이 시판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설탕이 첨가된 제품이다.
여담으로 학창시절 독일인인 남편의 형님이(시아주버님) 남편이 사놓은 유기농 카카오 가루(카카오 100%)가 든 통을 보고 시판되는 우유에 타먹는 카카오가루(설탕이 '엄청나게' 가미된)를 생각하고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가 그 쓴맛에 질겁을 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초콜렛에 얼마나 많을 설탕을 들이 부었는지 알게 해주는 단적인 예다. 또 우리는 흰 쌀밥에 설탕과 버터를 넣고 그것만 먹으라고 하면 질겁을 하겠지만, 사실 많은 빵과 과자들이 그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달걀이나 유제품 혹을 조금의 과일 등이 첨가되고 또 쌀이 아닌 흰 밀가루로 만들어졌다는 것만이 다를 뿐, 영양상으로는 둘 사이에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그런 음식들을 달콤한 혀 속임에 넘어가 먹고 있다.


맛있고 건강한 간식을!
사실 가장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거리는 제철 과일이나 바로 찌거나 구워낸 옥수수나 고구마 등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인지라 자연적이고 건강한 음식만 먹고 살다가도 가끔씩은 뭔가 색다른 것으로 내 입을 만족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더구나 아이들이라면 과자나 빵 맛이 자주 그립기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왕 비싼 돈 주고 사먹는 거라면, 국산 통곡물(예를 들어 현미나 통밀)을 이용한 제품을, 그리고 되도록 설탕을 쓰지 않았거나 조금 썼거나, 백설탕이 아닌 그나마 정제가 덜 된 노란 설탕을 사용한 제품을 고르자.
또 이왕 없는 시간 내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만드는 간식이라면, 통곡물 가루(예를 들어 통밀가루)와 국산 견과류(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로, 정 없으면 한 주먹 참깨와 저민 땅콩으로 대신할지언정 구태어 외국산 아몬드같은 것은 넣지 말자.), 국산 과일, 그리고 설탕 대신 조청 등을 이용해 건강하게 만들어 보자.


2008/10/19 - [My-ecoKitchen] - 건강한 간식 만들기1-새싹 통곡물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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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터넷에 뜬 글들을 읽다보니 요사이 한국에선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음식재탕>의 여파로 식당의 반찬 재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독일에서도 썩은 고기가 유통된 이른바 Gammelfleischskandal(썩은 고기 스캔들)이 불과 몇년 전에 일어나 이곳 사람들도 치를 떨었었다. 이 고기들은 주로 케밥용 고기로 사용되었다는데, 아마 온갖 양념등으로 무마시켜 케밥 사이에 다른 야채들과 함께 섞어 팔아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반찬 재탕에 관해 몇몇 블로거들이 쓴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걸 읽었는데, 다른 분들도 한결같이 권장하듯, 가장 안전한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손수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이다.
나는 급식세대가 아니라, 초등, 중학교때까진 엄마께서 손수 도시락을 싸 주셨었다. 물론 그 당시 엄마께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싸셔야 했기 때문에 많이 고되고 피곤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도시락의 힘 덕분에 학창시절 학업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건강히 자랄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짧은 시간에 재빨리 도시락 싸가는 노하우
재수시절엔 식당에 가는 번거러움과 자투리 시간의 낭비를 막기위해 도시락을 손수 싸서 다녔고,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2-3년 간의 대학 시절 역시 도시락을 싸다녔다.

그때 사용했던 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말한다면
-먼저 반찬통을 일주일치로 넉넉하게 구비하고, (밑반찬을 구비하고 있는 한식의 좋은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일요일 저녁에 집에서 일주일치 반찬통에 매일 분량의 반찬을 나눠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김치, 각종 조림-우엉조림, 연근조림, 콩조림 등 )
-밥은 전날 저녁에 전기 밥솥에 취사예약을 해 놓고,
-아침마다 재빨리 밥만 담아서 미리 준비해둔 반찬통을 함께 챙기기만하면 된다.
-여기에 계절별로 제철 과일 한 개씩 후식용으로 첨가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것이다.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밥이 차가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역시 전날 밤에 보온병에 미리 담아둔 뜨꺼운 차를 곁들이면 나름대로 먹을만 했다.

독일인의 도시락과 요즘 나의 도시락 싸기
독일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간단히 치즈를 사이에 끼운 빵 몇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퇴근후 저녁을 따뜻한 음식으로 풍족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녁에 과하게 먹게 되면 소화가 덜된채 잠자리에 들게 되면 위가 자는 도중에도 계속 소화를 시켜야 하기에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따라서 점심에 배불리먹고 저녁에 소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의 도시락을 매일 싸고 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문제 때문에 조금 일찍일어나 제대로된 한끼 식사를 만들어 도시락을 싼다. 예를 들면 각종 야채를 넣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나, 감자와 야채 볶음, 혹은 카레 야채 덮밥같은 것들이 주 메뉴이다. 여름에는 여기에 샐러드를 곁들인다. 중요한 것은 스파게티용 소스나, 샐러드용 소스는 따로 크고 작은 유리그릇에 담아 별도로 넣어주는 것이다. 면이 불거나, 샐러드 잎이 소스에 다 절어버리면 정말 맛이 별로기 때문에.


끔찍하지만, 이 위기가 기회가 된다면...
재탕 삼탕한 음식을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메스껍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여건때문에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해야하고, 그 때마다 불신의 눈으로 살피면서도 그런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정말 끔찍하다. 또 다른 차원의 끔찍함이긴 하지만, 사실 나는 이것 저것을 뺀 비빔밥말고는 채식인이 먹을 것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식단과 거의 100% 미국산 유전자 조작콩으로 만든 모든 식당에서 매일 판매되고 있는 우리나라-한국인들의 식사가 끔찍하다. (단지 두부 뿐만이 아닌, 된장, 고추장, 간장을 쓴 요리들-유기농 식당이 아니고서야, 우리 콩으로 만든 콩제품을 사용하는 식당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학다닐때, 학교 앞 체인 분식집에서 동물성 재료를 뺀 비빔밥을 주문하고 몇 안되는 반찬과 함께 나올때마다
"김치는 제가 안 먹으니 가져가 주시고, 이 단무지도 양이 많으니 절반만 주세요."
라고 요구를 하면 나를 약간 생소하게 보곤 했다.
그곳에선 고추장을 늘 작은 접시에 따로 담아 줬는데, 양이 많으면 눈물 찔끔흘리면서도 다 비우곤 했었다. 다소 미련한 짓 같아도, 생태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으면서,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다른 분들도 제안하셨듯이, 소비자 측에서 자꾸 요구를 하다보면 시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연간 125만여원에 상당하는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린다는데,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음식물 쓰레기 양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이 위기를 기회삼아 많은 이들이 먹을 거리와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해 사람들은 깨끗한 음식을 먹고, 또 자동으로 음식물쓰레기도 줄어들어 다들 좀더 생태적인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자료
가정에서 실천하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법(한국 소비자 보호회)
http://www.bulgok.hs.kr/upload/2007101509264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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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my ecoKitchen의 첫글로 뭔가 근사한 친 환경적인 자연 요리를 써야할것 같아서 시작을 못하고 이리 저리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시도한 케익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것을 주제로 첫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나 자신과 이 글을 읽는 이들 모두에게 교훈이 되길 바라면서.


설탕, 그 사용의 경계선에서
채식을 한 이래로 한국에 있을때는 집에서 설탕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세끼 해 먹는 밥과 반찬에 설탕을 쓸일이 없었고 떡볶이 등과 같이 간혹 단맛을 첨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요리에는 엄마가 고향집에서 보내주신 매실엑기스를 쓰거나 집 근처 작은 유기농 가게에서 산 유기농 쌀 조청을 사용했다. 어려서부터 엄격하게 설탕을 배제한 요리를 하셨던 엄마의 영향으로 적어도 집안에서는 설탕없이 요리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었다.

뿌리칠 수 없던 달콤함의 유혹
문제는 독일에 온 이후에 발생했다.
점심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 오후 4시 정도 전후로 티타임을 갖기를 즐겨하는 독일인들. 그리고 명절 때, 특히 크리스마스 때, 우리가 설이나 한가위에 전을 지지듯, 케잌과 쿠키를 굽는 독일의 문화.
우리가 시댁을 방문할 때면 채식인인 나와 남편을 생각해 따로 100% Vegan케잌(달걀, 유제품을 배제한,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을 구워 내어놓으시는 시어머니의 정성을 마다하지 못하는 것과 스스로에게 엄격한 남편과 달리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내 혀의 나약함도 문제였다.
거기다가 아침마다 먹게되는 과일쨈 속에 든 엄청난 양의 설탕.
그나마 우리가 먹는 쨈은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 보내주신 것이라 시판되는 것보다는 적은 양의 설탕이 들어있긴 했지만.
이곳의 음식에는 야채 피클에, 샐러드 소스에, 어느 때는 야채스프 등의 요리까지 소량이나마 설탕이 빠지지 않는 곳이 없다. 처음 몇 년간은 나도 모르게 그런 문화에 휩쓸려 그리 심각하게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았다.
아니.. 흰 설탕이 아닌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되는 시커먼 유기농 천연 설탕이라면 좀 먹고 살아도 괜찮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시커먼 설탕이라해도 카라멜을 첨가한 흑설탕이 아니다. 참고로 간혹 흑설탕이 정제되지 않은 천연 설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흑설탕은 카라멜 첨가를 통해 색과 향을 한번 더 입힌 것이다. 갈색 혹은 노랑 설탕이 원당 100%의 설탕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제된 것이라는 것을 독일 공정무역 회사Gepa의 유기농 설탕을 보고 나선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런 설탕을 먹어보면 그 맛이 정제된 설탕만큼 강하게 달지 않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설탕의 무익함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고 아직도 요리와 설탕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고 있다.

무모한 시도-설탕과 백밀가루 없이 구운 케익
그러던 차에 내 자신이 케익을 구워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터넷 전용선이 없는 우리 사정을 아시고는 언제든 편할 때로 찾아와 인터넷을 사용하라는 친절을 베풀어 주신 유기농 가게의 아주머니께 작은 답례로 케익을 구워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침 그분께선 Vegan케익이 어떤 맛인지.. 아니 달걀 없이도 케익이 구워지는지 궁금해 하시던 차였다.
그 전에도 어쩌다 아주 가끔 케익을 구워본 일이 있지만, 설탕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에 그 고민의 주제와 극을 달리는 케익을 굽는다는게 조금 꺼림직하긴 했다. 실패 확률이 없는 예전의 레시피로 설탕이 든 평범한 케익을 굽느냐, 설탕을 한 숟가락도 쓰지 않는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는 고민 끝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사실 설탕 첨가냐 아니냐의 고민 전에 완전히 통밀만으로 케익을 굽는 것은 쉽지가 않다.(백밀만으로 굽거나 섞어 굽는 것과 달리 반죽이 잘 부풀지 않는다.) 예전에는 백밀을 최소한 삼분의 일 정도는 통밀가루와 섞어서 구웠었다.
그런데 요사이 내가 설탕과 백밀 등 건강에 해로운 재료들에 대해 극도의 결벽증세를 보이고 있던터라 '내 입에 넣기 싫은 것은 남의 입에도 들어가게 할 순 없다'는 모토에 따라, 반죽도 완전 통밀가루로만 하기로 했다.
가장 만들기 쉬운 이스트반죽 과일 케익을 만들었는데, 위에 소보루가 얹어진 것이다.

다음은 어머니께서 주신 오리지널 레시피.

소보루가 얹어진 이스트반죽 과일 케익

1.이스트 준비하기
-생이스트 절반(12.5g 정도)
-1/3컵 미지근한 물(200/3ml)
-2 차 숟가락 분량의 설탕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넣고 생이스트를 넣어 녹인후, 컵 가득히 이스트가 부풀어 오를때까지 기다린다.

2. 반죽 준비
-400g 밀가루
-미지근한 물 한컵 조금 못되는 분량
-150g 정도의 식물성 Fat 혹은 마가린
-2 큰숟가락 설탕
-1봉지 바닐라 설탕(15-20g)
-레몬반개 분량의 즙, 혹은 1숟가락 레몬주스
-소금 한 소끔(두 손가락으로 살짝 집은 정도)
>>모든 재료를 섞는데, 미지근한 물, 마가린, 약간의 밀가루 순으로 그릇에 담고 휘저어 준다.
여기에 1에서 준비한 이스트, 설탕, 레몬, 나머지 밀가루를 다 넣고 섞는다.
이 반죽은 일반 케익과 달리, 빵 반죽 정도의 점도를 가져야한다. 너무 무르지 않게 되도록 주의할것.

3. 소보루 준비
-3/4컵 설탕
-160-170g 마가린
-1컵 밀가루
>>위의 재료를 모두 한데 넣고 손으로 살살 멍울지게 섞는다.

4. 굽기
반죽을 천을 덮어 따뜻한 곳에 놓고, 반죽이 2배이상 부풀면, 반죽, 과일(사과나 자두)을 얹고 소보루를 마지막으로 올린다.
섭씨 50도의 오븐에서 5-10분 정도 구워 반죽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린후, 200 도씨 정도에서 30-40분 정도 굽는다.

이스트에 설탕대신 설탕무시럽 한 숟가락을 넣고, 완전 통밀가루에 바닐라 설탕도 넣지 않았다.
소보루는 원래 설탕 : 밀가루 : 식물성 Fat-마가린 같은-을 비슷하게 섞어서 멍울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설탕을 아예 없이 하자니 그냥 밀가루만 넣기엔 좀 허전해, 거칠고 굵게 만들어진 귀리 가루를 섞었다. 약간은 달콤해 줘야하기에 서너 스픈의 시럽과 함께.

절대 선물할 수 없을 평범하지 않은 케익맛-조금은 덜 뻔뻔한 악마케익
시식을 위해 남편과 한 조각 잘라 맛을 보았는데.. 너무 평범하지 않은 맛이라.. 남편은 절대 선물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헬렌 니어링은 언젠가 한 번 구운적이 있는 반페이지 짜리 케익의 맛이 너무 쾌락적이어서 '헬렌의 뻔뻔한 악마케이크'라 부르고 이웃들에게 선물로 줘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구운 것은 미각을 만족시킬 만큼 쾌락적이지도 못하고 그나마 조금은 덜 해로운 재료를 썼으니.. '조금은 덜 뻔뻔한 악마케익'이라고 해야하나.
남편은 시식을 위해 잠시 입에 댔을뿐 케익에는 손도 안대는 사람이라 나 혼자 처리를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저것을 소화하자니 두통이 오는 것 같고, 그것도 케익은 케익인지라 입안에 달라붙는 맛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는 집 돼지에게 주자니, 소량이라해도 다 유기농 재료를 쓴 것인데..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세상에는 굶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너무 사치스러운 짓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든다.


에필로그
채식을 한다거나 생태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모든 미각의 욕구를 억제하고 수도승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실패를 경험하고, 심기일전의 의미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다시 펼쳐든 지금,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딘인지가 좀 더 명확해 지고 있다. 좀더 단순하고, 소박한 방향으로.
유기농 가게 고마운 아주머니껜 차라리 작년에 말려놓은 야생 허브차를 드려야겠다. Vegan 케익레시피와 함께.

잠깐 여기서-설탕이 왜 그렇게 건강에 나쁠까?

이가 썩고 살이찌게 한다고? 물론이다.
또 설탕은 단순한 당이기 때문에 먹는 즉시 몸에 흡수되어 짧은 시간안에 혈당을 높인다.
거기에 충치가 생기느냐 마느냐는 옵션 사항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각종 제과 제빵류는 물론 다양한 음료수를 통해 섭취하게 되는 설탕은 대부분 흰설탕인데,  이 흰설탕이 뻔뻔함의 극치이다.
몸안의 무기질과 결합해, 우리몸이 필요란 무기질들을 몸밖으로 버리는 '무기질 도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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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웰빙이 하나의 트렌드(유행)이며 소비의 한 코드로 인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아마도 여전히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을 제외한)
독일 또한 다른 국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덕에 특별히 유기농 전문 가게를 찾지 않아도 요즘엔 어느 슈퍼마켓(알디, 에디카 등-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같은)을 가더라도 유기농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감자, 당근 같은 채소류부터 시작해서, 국수, 과자, 음료수, 그리고 열대과일들까지 다양하게 구색맞춰 진열대에 놓여져 있다.

그런데 기막힌 점은 계절은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러 진열대에 다른 일반(conventional) 농산물은 이미 독일 자국산으로 꽉 차 있는데, 유독 유기농 농산물은 독일산 대신 스페인이나 이스라엘 등 먼 거리에서 운송되어 온 외국산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몇몇 채소들은 이웃나라인 네델란드 산이라도 있는게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이다.
 
이런 나를 두고, 유기농이면 유기농이지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대답해 주고 싶다. 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니라고.


왜 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닌가?

1.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

비행기 타고 온 스페인산 유기농 토마토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이란 말에 물음표를 달게 하는 외국산 유기농 농산물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 몸에 해로운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품을 사 먹는다. 그런데, 먼거리를 운송해야 하는 외국산 유기농 농산물일 경우, 장기간 보존을 위한 여타의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대신, 장거리 운송을 위해 채 익기도 전에 수확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유기농 상품이라해도 생산지와 그 운송거리에 따라 그 영양과 맛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는 토마토를 예를 들어보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붉은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덜 익은 파란 토마토를 수확해서 익힌 것보다 완전히 붉게 익은 뒤 수확한 것에 더 풍부하다.(http://www.solgeori.net/menu2/main.asp?menu=4&part=11)
그리고 또 이는 토마토의 맛에 직결된다. 많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페인산 유기농 토마토와, 이웃국가 네델란드산 토마토, 그리고 시장에서 유기농 농부에게서 산 토마토를 비교해 가며 먹어보면, 먼거리에서 수입해 온 토마토일 수록 그 맛과 향미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람은 살리고 땅은 살리지 못하는 유기농?
다음으로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게 진정한 유기농의 정신이다.
그런데 원산지에 상관없이 무작정 유기농이라고 사먹으려 든다면 당장 내 몸-사람의 몸은 살릴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살리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또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되는데, 땅이 오염되고 죽게되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온갖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결국엔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토불이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땅이 오염되고 죽게되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미국산 100%콩으로 만든 두부가 판을 치던 때, 우리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매하던 풀**사에서 몇 년 전 유기농 두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오랫동안 값싼 미국산에 밀려 국내에선 풀**사를 제외하곤 국내산 콩을 사용한 두부를 파는 곳이 별로 없었다. 생협 등에서 국내산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 공급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트에까지 납품되는 유기농 두부라니. 아니나 다를까 잘 살펴보니 원재료가 중국산 콩 100%였다.
당시에 좀더 싼 가격에 유기농 두부를 먹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이들이 있었을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우리 땅을 생각하고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시작한 유기농 콩농사가 값싼 중국산 유기농콩에 밀려,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중국에선 어떠한 기준으로 유기농 상품의 적합여부를 심사하는지, 그 또한 과연 한국 국내 기준에 부합할 만한 수준일까? 혹 국내 기준에 부합한다 한들, 지렁이가 돌아오고 온갖 미생물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던 국내의 유기농 콩밭이 가격 경쟁에 밀려 사라진다면, 우리는 이미 만연하고 있는 아토피같은 증상이나, 또 다른 원인 모를 피부병, 알러지 증세 등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한 몸 좀 더 싼 가격에 건강히 살 수 있으리라 기뻐하던 것은 말그대로 하룻밤의 꿈에 불과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신토불이라고도 하듯이 우리 몸과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땅이 다시 살아나게 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면, 그로인한 부작용과 오염의 댓가를 내 몸이  받게 될 것이다.
 

3. 수출국 땅과 사람들을 살리고 배 부르게 하는 유기농?
유기농이 우리는 못살려도 농산물을 수출하는 그 나라 땅과 사람들을 배부르게하고 살린다고?
그렇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먹고 살기 풍족하고 땅이 남아돌아서 수출용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할까?

힘들게 일하는 제3세계 빈민국 어린이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부당한 임금과 노동 착취속에서 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를 유기농


커피나 사탕수수 재배(plantation) 때와 마찬가지로 그 땅의 농민들은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을 위해 이름만 다를 뿐인 또 다른 유기농 플랜테이션(plantation)에서 일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과 가족이 일용할 양식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혹은 손에 연필 대신 농기구를 든 어린이들이 유기농 밭에서 작물들을 가꾸고 수확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경우, 유기농 작물을 수출하는 회사는 수출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겠지만, 그곳에 고용된 일꾼들은 일반 커피 플랜테이션에서 일하건, 유기농 밭에서 일하건 별반 상관없이 많지 않은 임금에 힘들게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두고, 과연 유기농이 그 땅의 사람들을 살리고 배부르게 한다고 말을 할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유기농이란

같은 농산물이라면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을, 다른 지역산물 보다 내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도록한다.  또 가능하면 마트나 유기농 전문점 보다 생협이나, 직거래 장터, 아니면 인터넷등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의 연락처를 찾아내 이웃들과 함께 직구입을 하도록 한다. 직구입의 경우 물론 중간 유통이 없어지니, 농부나 소비자 모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그리고 생협 같은 경우도 중간상인의 유통마진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열대과일이나 커피 등의 상품의 경우 너무 자주 구입하는 것을 피하고, 구입시엔 가능한한 공정거래(Fair-trade)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탐심을 조금 줄이고, 제철음식 먹기를 생활화하면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장을 보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공정무역(Fair-trade) 제품이란                                                                                                       
말 그대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한 제품을 말한다.
반대급부로 말하자면 쵸콜렛, 커피 등 기호식품에서 부터 세계 유명 스포츠용품회사의 축구화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들 중 상당수가 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생산비를 줄이기위해 불공정하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만들어졌거나, 학교에 가 공부할 나이의 어린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나 회사들은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 아닌, 가능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이익의 일부를 노동환경 개선과 교육 등에 투자하여 지역 생산자들의 자립을 돕는다.

참고 기사
공정무역(경기 여성웹진 우리)
공정무역은 아직도 배고프다(한겨레21)


잠깐 여기서 (Thinkingpoint!)

사실 그 노동의 댓가를 생각해 본다면 농산물 생산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하고, 또 힘든 노동을 한 농부가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이익을 유통업체나 판매 상인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이곳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 에버스발데에서 작년가을 판매된 감자의 경우를 보자. 유기농 농부에게서 직거래로 샀을때의 가격보다(물론 한 자루(12,5kg)이상 되는 많은 양을 한 번에 사야한다.) 유기농 가게에서 판매하는 가격(같은 농부에게서 산 똑같은 감자를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이 킬로당 3-4배이상이나 비쌌다. 물론 이런 가게의 경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량구매나, 접근 거리상의 편리함 등의 장점이, 농부의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대량 판매가능한 활로 확보와, 개개인의 고객확보를 위한 여타의 노력이 불필요한 점 등의 잇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이 농부가 치루는 모든 노동과 위험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혹은 거기에 견줘 볼 수 있을만한 대단한 것일까?
농부가 얻게 되는 이익의 몇배나 되는 이익을 챙겨도 좋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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